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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팅 가이드라인 수립기: 1년의 기록

라이팅 가이드라인 수립기: 1년의 기록

시작 가이드라인은 왜 필요한가 사람들이 쓰는 테크 제품에 내 손으로 직접 문구를 써넣고 가이드를 작성해 제공하는 건 신나면서도 긴장되는 일이다. 적어도 내가 아는 한, 디지털이건 아날로그건 세상의 찬사 속에 시대를 풍미하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텍스트가 허술한 경우는 없다. 짱짱하고 세련되게, 띄어쓰기 하나 부호 하나 허투루 쓰지 않은 집요한 말끔함이 전반에 흐른다. 이런 수준을 구현하려면, 또는 지향한다면, 스킬이나 감각만으로는 부족하다. 특히 테크 제품은 기능 뒤의 기술을 설명하고 그 효용 가치를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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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지출, 올해의 주제

올해의 지출, 올해의 주제

최근 몇 년, 그 해 내 인생의 주제를 정의하는 듯한 큼직한 지출이 있었다. 2023 옷을 많이 샀다. 근 3년 만에 일을 다시 시작하는 데다 코로나 3년 동안 첫 3년 육아를 하느라 밖에 입고 다닐 만한 옷이 별로 없었다. 더군다나 서울, 제주, 버지니아, 뉴저지, 캘리포니아, 하와이 등 2개 국가 6개 시도 12개 집을 박스에서 박스, 가방에서 가방으로 옮겨 다녔던 터라 당시 내 옷장은 우아하게 말해서 '미니멀'했다. 패션은 정체성의 문제였다. 엄마가 된 자연인, 전염병 유행기의 이방인으로 살면서 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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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작하지 않은 리모콘

납작하지 않은 리모콘

그립감이 안정적이고 엄지를 뻗어야하는 정도가 일정하다. 폭이 좁아서 버튼들이 위아래로 배치되어 있지만 좌우로 뻗는 것보다 원래 엄지가 움직이는 방식에 자연스러운 느낌. 사람이 뭘 하려고 리모콘을 집어들었냐, 그러니까 사용 목적에 따라 집는 위치가 대략 정해질 거라고 예상해보면 큰 불편이 없을 것 같다. 별 생각 없이 집어들고 쓰다가 좋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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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의 기회는 지금 디딘 발 밑에 있다

성장의 기회는 지금 디딘 발 밑에 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인기가 식을 줄을 모른다. 빌보드와 영국 싱글 차트 1위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다. 별의별 나라 사람들이 따라 부르고 춤추며 만든 영상을 보고 있으면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 꼬마는 완전히 빠졌다. 저녁마다 틀어놓고 태권도와 크럼프의 조합 같은 (자라나는 어린이의 관절 건강이 염려되는) 춤을 한 판씩 추는 게 루틴이 되자 나는 어느 저녁 후루룩 영어 원문 + 영어 발음의 한국어 표기 + 한국어 의미 조합의 가사 파일을 만들어줬다. 노래는 너무 좋은데, 너어무 따라 부르고 싶은데, 영어라서 부르질 못하는, 그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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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GS25에서 관찰한 실전 발표의 기술

MGS25에서 관찰한 실전 발표의 기술

소위 ‘신의 직장’ 축에 끼던 첫 직장을 떠난 뒤, 새로운 길을 한창 탐색할 때 각종 톡, 챗, 밋업, 컨퍼런스를 찾아다녔다. 뉴욕에 살던 덕에 기회도 많았다. 그러다 퍼블리 초창기 참여를 시작으로 3년 연속 컨퍼런스 리포트를 내기도 했다. 최근 우리 회사 주최 MGS25 컨퍼런스에서 쟁쟁한 연사 분들의 발표를 들으며 인상깊을 때도 있었고 좀 아쉬울 때도 있었다. 중국에서 일하던 시절, Toastmasters International에 참여하며 전국 대회 2위를 두 번 한 적 있다. 3개월간 토너먼트를 거치는 동안 눈물 쏙 빠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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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GS25 리뷰: AI는 트렌드가 아니라 새로운 표준이다

MGS25 리뷰: AI는 트렌드가 아니라 새로운 표준이다

국내 최대 마케팅 컨퍼런스 타이틀이 부끄럽지 않은 MGS(Modern Growth Stack). 작년 행사가 끝난 후에 AB180 - 에이비일팔공에 입사했던 터라 MGS는 올해가 처음이었다. 첫 직장인 정부 기관에서 일할 때 각종 크고 작은 행사를 준비하고 또 참석해봤지만, 스타트업이 이 정도 규모의 컨퍼런스를 이 정도 퀄리티로 해낸다는 게 놀라웠다. MGS25의 키워드는 역시 AI. 마케터는 아니지만 AI를 활용한 데이터 기반 업무 혁신의 측면에서 공감이 가고 불씨가 된 지점이 많았다. 1️⃣ AI 활용은 기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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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Z Fold7을 선보이는 방식

삼성이 Z Fold7을 선보이는 방식

막간을 이용해 구경한 갤럭시 플래그십 스토어📱 1️⃣ Galaxy Z Fold7을 전면적으로 홍보 중이다. 모르고 갔는데 이틀 뒤인 7/24에 출시해서 선판매 중인 듯했다. 길가 쇼윈도에도 보통 크기 폰을 상하 반으로 접는 모델과 보통 크기 폰을 좌우 두 배로 펼치는 모델 2개가 전시돼있고 영상이 흐르고 있다. 2️⃣ 기술을 강조하고 있다. 들어가자마자 전면에 있던 Z Fold 시리즈 두께 비교는 실제 보니 놀라웠다. 이번에 나온 7은 측면 두께가 8.9mm 라는데 접었을 때도 보통 폰과 큰 차이 없다. 한쪽 벽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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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도 잘 보일 것

멀리서도 잘 보일 것

주말에 다니다보면 공원처럼 뻥 뚫린 공간의 현수막에 눈길이 간다. ✔ 사람들이 찾고 있을 만한 내용일 것 ✔ 핵심을 빠르게 전달할 것 ✔ 무엇보다 멀리서도 잘 보일 것 선명한 핑크에 시원하게 큰 흰 글씨 더할 것도 뺄 것도 없는 핵심어 두 글자 끝에 '이'를 붙이지 않아 생기는 강렬함을 곁들인 안전을 염려하는 부모 마음을 헤아리는 핵심 정보 부모는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싶은데 아이는 아직 뭔가 남은 듯할 때 남은 에너지를 불태울 바로 그것 있는 수요에 확신을 주고 없는 수요도 끌어들일 단순하지만 강력한 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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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수를 줄여라

클릭 수를 줄여라

지도 앱에서 회식 장소를 검색하다가 예약 필요할 때나 가끔 링크로 이동했던 캐치테이블의 UX가 좋아서 캡처. 검색하는 사람 마음은 다 똑같다. 클릭 많이 안 하고, 안으로 많이 안 들어가고 원하는 정보를 얻는 것. 그래서 원하던 걸 빠르게 찾고 결론을 내리는 것. 캐치테이블의 UI/UX는 찾아오는 이들의 목적에 아주 충실하다. 지역, 주제, 매장 사진, 점심과 저녁 단가, 향후 5일간의 예약 현황. 그다음 레벨로 들어가지 않고 목록을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기본적인 판단을 할 수 있다. 내가 디자인 전문가는 아니지만, 전달하는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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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실수 큰 차이 ep.1

작은 실수 큰 차이 ep.1

가장 반응이 좋은 24개의 제품을 공홈에서 구매했을 때만 20% 할인을 적용해준다는 내용의 카피. 그런데 '공홈에서만'을 뜻하려고 붙인 "only"의 위치가 애매해서 '겨우 20%' 할인해준다는 것처럼 돼버렸다. 20% OFF for BEST 24 only at official mall 이렇게 어순을 바꾸고 (자리도 남는데) 전치사 애끼지 말고 썼으면 할인율도 초두에 더 강조할 수 있고 꼭 공홈에 와서 사라는 메시지도 더 또렷했을 거다. 대소문자로 강약은 살리고 혼선은 없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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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실수 큰 차이 ep.2

작은 실수 큰 차이 ep.2

한국어 카피의 키워드가 "수시로"인데 이걸 영어로 "from time to time"을 썼다. 이 표현의 의미는 가끔, 한 번씩. 원래 카피의 의도는 손길 가는 곳에 두고 언제든 바르면 좋다는 것이었을 텐데 영어로는 그냥 생각날 때 어쩌다 한 번씩 바르라는, 원래 의도에 반하는 의미가 돼버렸다. 차라리 좀 진부해도 anytime anywhere 같은 말을 썼으면 일러스트의 내용과도 어울리면서 의도가 더 잘 전달됐을 것 같다. 카피 색을 사진의 색조와 맞춰놔서 눈에 많이 띌 생각이 없어보이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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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 카피 들여오기

외국어 카피 들여오기

원어는 (Now) Starbucks delivers! 처럼 들릴 것 같은데 한국어는 좀 어색하다. '스타벅스 딜리버리'가 낫지 않았을까. 신문물이 언어와 함께 유입될 때 원어 표현과는 무관하게 현지인들이 쉽게 이해하고 동화할 수 있는 현지식 영어 표현이 생겨나고 또 자리잡기 마련이다. 그래서 아마존의 제품 상세 정보가 모두 영어로 쓰여 있어도 판매자의 근거지가 중국인지 일본인지 인도인지 감 잡을 수 있는 것이다. 현지화의 이름으로 기괴하게 변이해버린 카피들을 보고 있으면 눈이 다 아프지만, 종종 영화 제목에서 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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