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마에다, 제품의 언어
존 마에다(John Maeda). 2017년 SXSW EDU 컨퍼런스에서 처음 봤다. 그때는 아무래도 교육 컨퍼런스다보니 그는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교육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형편이 넉넉치 않은 부모님의 두부 가게에 찾아와 '존은 어느 학교든 갈 수 있는 아이이니 비록 학비가 비싸더라도 꼭 좋은 학교에 보내라'며 설득해 준 고등학교 선생님에 대해 이야기했다. (여담이지만 감정에 북받쳤는지 눈물을 훔쳤고 - 물론 나도 - 이내 ‘이거 녹화되는 건데 다 큰 남자가 울다니 젠장’ 하며 정신을 차렸다. 이후 웹사이트에서 그의 강연 영상을 찾을 수는 없었다.)
좀 더 알아본 존 마에다는 공학도인데 디자인도 한 흥미로운 사람이었고, 데이터를 패턴처럼 시각화한 그의 디자인 작품들이 너무 내 스타일이라 블로그와 트위터를 뒤적이며 한동안 팔로우했다. (대학교 때도 현대 미디어 수업 들으며 나와 이메일을 주고 받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시각화한 MIT 미디어랩 프로젝트에 무척이나 감화된 기억이 있다.)
회사 책장에서 제목을 먼저 보고, 그 다음에 저자 이름을 보고, 필연적으로 뽑아와서 주말동안 후루룩 읽었다. 지금 이 포스트를 쓰고 있는 스마트폰부터, 그 안에서 작동 중인 무수한 소프트웨어와 그걸 잇는 네트워크, 클라우드, 그리고 쌓여나가는 데이터까지. 기술의 시대를 사는 현대인들에게 기계의 언어를 알려주기 위한 (원제: How to speak machine) 책이다.
인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하는 기계인 컴퓨터의 원리, 위험을 내포한 컴퓨터의 잠재된 힘, 그리고 그 기계를 이해하고 다루고 설계할 수 있는 인간의 힘에 대해 이야기한다. 첫 세 장(章)은 컴퓨터 기술을 설명하고, 뒷 세 장은 기술이 또는 기술로 만들어 낼 힘의 방향을 논한다. 그때 컨퍼런스처럼 역시나 재치있고 재미나다. 기술, 디자인, 예술, 인문을 오가는 통섭적인 관점도 너무나 흥미롭고 매력적이다. 읽기 시작한지 얼마 안 돼서 연초에 읽은 도널드 노먼의 책이 생각났는데 노먼 역시 이 책을 추천했다. "이 책에서 그의 모든 재능이 드러날 것"이라며.
존 마에다가 욕을 꽤 많이 먹으며 살아온 걸로 아는데, 글쎄, 난 이런 사람이 좋더라.
이런 분들께 추천 드림
+ 기술의 시대에 기술을 좀 더 크고 넓게 이해해보고 싶은 분들
+ 어떤 (디지털) 제품과 (경험) 디자인이 좋은 것일까 고민인 분들
+ 인공지능 세상에서 자식을 어떻게 키워야할지 고민인 분들
+ 여러 영역을 넘나들며 잡다한 것에 호기심이 많은 분들
+ 수학, 논리, 패턴 이런 거 좋아라 하는 분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