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GS25 리뷰: AI는 트렌드가 아니라 새로운 표준이다
국내 최대 마케팅 컨퍼런스 타이틀이 부끄럽지 않은 MGS(Modern Growth Summit). 작년 행사가 끝난 후에 AB180 - 에이비일팔공에 입사했던 터라 MGS는 올해가 처음이었다. 첫 직장인 정부 기관에서 일할 때 각종 크고 작은 행사를 준비하고 또 참석해봤지만, 스타트업이 이 정도 규모의 컨퍼런스를 이 정도 퀄리티로 해낸다는 게 놀라웠다. MGS25의 키워드는 역시 AI. 마케터는 아니지만 AI를 활용한 데이터 기반 업무 혁신의 측면에서 공감이 가고 불씨가 된 지점이 많았다.
1️⃣ AI 활용은 기본이다.
시간표를 보고 이리저리 홀을 바꿔서 세션을 찾아다녔지만 서너 개쯤 듣고 나니 비슷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AI 활용을 얘기하지 않은 세션이 없었기 때문이다. 마케팅, 특히 B2C 마케팅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마케팅 활동을 기획하고 의사결정을 한 지 오래지만, 그 방식에 AI를 적극 활용한 사례가 많이 소개됐다. 복잡한 과정이 단순해지고 리소스가 절감되며 효율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AI를 활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스푼랩스(스푼라디오)는 ChatGPT를 활용해서 실험 타겟을 추출할 SQL 쿼리를 작성하고, 실험 가설을 실행가능한 형태로 도출하고 검토하는 커스텀 GPT를 만들었다. 그리고 Cursor로 HTML 코드를 작성하는 프로세스를 정립한 후 새롭게 기획한 콘텐츠를 구현하고 실험했다. 실험 결과를 분석할 때도 ChatGPT로 통계적 가설 검정에 필요한 p-value를 계산하는 파이썬 코드를 작성하고 인사이트까지 도출했다.
2️⃣ 직무의 역할이 달라진다.
이처럼 기존에는 데이터 분석가나 개발자의 전문 능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일들을 마케터가 직접 시도해 볼 수 있게 되면서 각 직무에 기대되는 역할도 변모하고 있다. 이전에는 마케터가 궁금한 걸 분석가에게 요청하고 분석 결과가 제공되면, 즉 현상을 파악하고 나면 거기서 끝나버릴 때가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는 어떤 데이터를 봐야 액션을 도출하고 실행할 수 있을지, 또 데이터 분석으로 얻은 인사이트를 어떻게 비즈니스 액션으로 연결할지를 마케터와 분석가가 긴밀히 논의할 수 있게 됐다.
딜라이트룸(알라미), 힐링페이퍼(강남언니), 원티드랩의 데이터 분석가 및 퍼포먼스 마케터가 함께 한 세션에서 현장 경험으로 얻은 인사이트를 들을 수 있었다. 제품 분석(product analytics) 도구가 자동화되고 자연어 인터페이스를 갖춘 LLM이 확산되면서 마케터 등 기타 직무의 데이터 진입장벽이 빠르게 낮아지고 있으며, 그에 따라 데이터 분석 직무도 정책을 정비하고 데이터 리터러시를 제고하는 역할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마케터든 분석가든 실행하는 역할에서 수립하고, 설계하고, 환경과 체계를 만드는 역할로 옮겨가는 것이다.
3️⃣ 문제 정의, 맥락 이해, 해석 능력이 중요하다.
단순한 데이터 수집과 지표 분석은 AI 활용으로 효율화할 수 있다. 따라서 비용 대비 성과와 같은 단순한 분석보다는 유저의 행동을 이해하는 복잡한 문제 해결에 집중해서 비즈니스 임팩트를 만드는 것이 중요해졌다. 원티드랩 시니어 퍼포먼스 마케터는 문제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을 잘게 쪼개서 구조화하고, 무엇이 문제인지 정의하고, 어떤 데이터를 분석할지 판단하며, 그렇게 분석한 데이터 사이 연결 고리를 발견하여 비즈니스 임팩트를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같은 맥락에서 몰로코의 시니어 디렉터는 ‘AI 사용자’와 ‘AI 설계자’라는 개념으로 대조했다. AI 사용자는 AI 도구와 플랫폼을 능숙하게 활용해서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하는 유능한 실무자라면, AI 설계자는 최적의 AI 기술을 조합하고 부문 간 논의를 이끌며 비즈니스 성장의 기회를 창출하는 사람이다.
4️⃣ 시작은 문화와 태도다.
여러 세션에서 반복해서 들린 단어가 ‘문화’와 ‘태도’였다. 세계적 게임 기업 액티비전의 시니어 마케팅 디렉터는 ‘혁신에 대한 태도가 성공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나는 주로 어떤 대상에 대해 알아보거나 글의 구성, 문장, 표현 등을 검토하는 데 AI를 활용했다. 그러다가 몇몇 계기로 활용 가능성에 눈 뜨게 됐고, 그 이후 줄기차게 아이디어를 확장하며 시도하고 있다. 원티드랩의 시니어 퍼포먼스 마케터가 강조한 ‘이 실험은 내 거다, 데이터 분석가가 하는 게 아니라 내가 해보고 싶으면 내가 한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한 시기다.
액티비전의 시니어 마케팅 디렉터는 ‘단단한 관계 속에 공통된 목표를 추구할 때 성공을 거둔다’는 말도 했다. 혼자 시도해서는 이룰 수 없다는 말이다. 스푼랩스(스푼라디오)는 AI 실무 정착을 위한 3가지 노력으로 내부 지식 공유, 목적별 도구 선택과 함께 마인드셋 전환을 꼽았다. 환경을 조성하고 더 많이 시도할 수 있게 서로 도와주면서 그에 걸맞는 마인드셋, 즉 태도를 갖게 하는 문화를 만든 것이다. 몰로코 역시 AI 기술을 구현하기까지 개발, 세일즈, 프로덕트 등 각 부문의 회의와 우려가 있었지만 설득과 설계를 통해서 이룰 수 있었다고 했다.
정신없이 진화하는 AI에 결코 가볍지 않은 고민들이 있었는데, 체계와 설계를 애정하고 구조화를 즐기는 나의 강점이 시대와 잘 맞는다니 조금이나마 안도했다. 인간의 특성을 깊이 파헤치고 이해해야겠다는 방향성을 요즘 곱씹고 있었는데, 거기에 더해 인간의 특성을 데이터로 표현하고 분석하는 역량도 더이상 나와 다른 세계에 사는 누군가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키워봐야겠다고 다짐했다. 알레프 이사의 말처럼 Data = Human Stories = Growth 일 테니.